12회차 전시 구성안 작가 <점입消경>

서문

구성안 작가의 개인전 '점입消경' 전시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풍경의 이미지가 기반이 되며 풍경에 대한 응시와 발췌로부터 출발한다. 풍경의 부분을 제거하거나, 생략하거나, 불분명하게 처리하여 모호한 형상의 추상적 이미지를 갖게 한다. 즉 우리 눈을 통해 보는 대상은 확정성을 갖지만 대상의 초점과 형태가 모호해지면서 열린 의미를 갖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소(消)’와, 모호성은 작품 전체의 완결성을 보여주는 것 대신 행위의 의미를 이끄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가까이 가면 수많은 선의 그물망으로 뒤덮인 추상화가, 멀리서 보면 자연의 일부분이나 고건축 같은 부분적 형태로 추측할 수 있으며, 또한 가까이 갈수록 조형 언어는 더 자세히 드러난다. 하지만 정작 그 언어가 실어나를 내용은 또한 모호해지는 반전을 거듭한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 감각과 직관의 경계, 실재와 허상의 경계, 무생물과 생명의 경계 등 이중적 개념을 넘나들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경계의 무의미성과 동일성을 소(消)로 함께 말하고 있다. 즉 작가는 구상도 추상도 아닌 경계의 형태와 모호한 해석으로 이끌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관람객은 자신의 해석력을 발휘하며 작품에 접근해야 한다. 이런 작품들은 우리가 평소에 받아들이는 개념과 선입견과 기대를 깨고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전체가 아닌 부분을 선택하여 의미와 연결될 명확한 대상을 찾는 관객의 눈을 시험한다. 부분의 선택은 카메라를 비롯해 여러 복제 기계의 도움으로 용이하게 실험할 수 있으나 작가는 복제 기계와는 다른 창작 영역만의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찾고 있다.



캔버스 위에 얹혀진 이미지는 통상적이지 않은 부분에 배치된 여백과 함께 촘촘히 그은 붓질의 선들은 기계적 반복이 아닌, 차이를 낳는 반복을 지향하고 있다. 얇은 선을 수없이 쌓아가는 방법론은 유년기를 자연에서 보냈던 작가에겐 자연에 내재하는 수많은 레이어(층)의 표현에 적절하였다. 이런 촘촘한 선들은 시각성에 한정되어 오던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에 촉각성을 도입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대상의 확실성에 기여하지 않는 선들은 비워둔 여백과 함께 화면의 평면성과 이미지의 모호함을 강조한다. 즉 관습에서 벗어나 사물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작가의 의도된 회화적 탐구라고 말할 수 있다.


구성안의 작업은 자연의 생태적 과정을 회화적 과정과 중첩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객은 촘촘한 선의 무리를 응시하게 되며, 그것은 그 자체가 수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두툼한 자연을 상징적으로 추측해 보여준다. 창조성에 대한 신화를 벗어나 노동하는 삶과 직관적으로 더 가까운 반복과 차이의 어법을 선택하며 형상적, 형식적 부분에서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일부분을 선택하여 이미지를 낯설게 만들며 불분명한 화면은 지시 대상 대신에 조형 언어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완전한 추상으로 기울지도 않는다. 때로는 덩어리(mass)가 중력을 거스르고 존재하며 때로는 형상을 미세하게 해체, 재구성하여 상투적인 사물의 형태가 자기 해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작품에서 멀어지면 사물이 자기생성되며 결국 각자의 형태를 가지지만 그 원래 모습은 빛 아래 입자 파동과 같은 일직선에 있게 된다. 그 빛이 없으면 형태와 색은 보이지 않고 빛의 이중성으로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앞으로 구성안 작가가 현대미술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견고히 해 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미술평론가 이선영/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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