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갤러리 특별 기획전
<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CN갤러리 특별 기획전
<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2026. 05. 16 ~ 05. 24 /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CN Gallery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56-7)
Artist
이건용, 강정헌, 신현태, 강구철, 이돈희, 정황래, 조상영, 한수희, 김웅현, 이시온
About the Exhibition
금산 활골, 대지의 몸짓으로 일구는 전위(前衛)
조진선(CN갤러리 큐레이터)
금산에서도 산골로 한참을 들어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곳, 활골마을 예림원에는 도시의 소음 대신 자연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굽이진 길을 따라 양옆으로 펼쳐진 숲과 바람, 계절의 빛을 통과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속도는 느려지고 우리는 문명의 외피를 벗어던진 채 오롯한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지리적 오지를 넘어 자본과 욕망의 허상을 지우고 본연의 좌표를 응시하려는 예술가들의 자발적 유배지이자 ‘안트로포스(Anthropos)’로의 회귀를 꿈꾸는 성찰의 장(場)이다.
예술가들에게 활골은 단순한 지리적 은신처가 아니다. 이곳은 문명의 소음을 소거한 뒤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현상학적 환원의 장소다. 오랫동안 한국 현대미술이 탐구해온 ‘신체’와 ‘장소’의 논리는 이곳에서 관념적 유희를 넘어 실존적 사건으로 치환된다. 대지의 거친 숨결과 마주한 10인 작가의 신체는 대상화된 자연을 단순히 그려내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전위적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예술적 사유의 정점에서 한국 1세대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작가와 그 정신을 이어받은 강정헌 작가를 중심으로 총 10인의 예술가가 뜻을 모았다. ‘활골미술프로젝트’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80대부터 30대까지 4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연대는 중부권 실험미술의 맥을 잇는 동시에 가장 깊은 오지에서 가장 현대적인 예술의 가치를 발산하며 지역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기획전은 조상영 작가의 저서 『산골로 간 미술가들』과 『나무 위의 철학자들』에서 풀어낸 신체성과 생태적 가치에 주목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세상을 채우는 시대 속에서 활골의 작가들은 다시 정직한 몸으로 돌아가 대지와 직접 부딪힌다. 대지와 마주하며 쌓아 올린 사유는 활골의 따뜻한 아궁이 온기와 흙의 촉감 속에서 생생한 예술로 살아난다. 거친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위를 바라보는 존재(Anthropos)’로서 고개를 든 작가들의 몸짓은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실존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치열하고도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이번 기획전은 활골의 실험이 단순한 지역적 현상을 넘어, 충남 예술이 지닌 고유한 자산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다. 금산 활골이라는 로컬(Local)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이 예술적 실천은 외부의 시선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명력을 일구어낸 충남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미학적 가치로 확장되는 10인 작가의 작품들은 독보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지역 예술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충남의 자생적 예술이 지닌 힘이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금산 활골에서 시작된 이 작은 예술적 태동은 이제 이곳 CN갤러리에서 커다란 울림이 되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지의 철학자가 된 작가들이 일구어낸 이 실험의 장에서 땅을 굳건히 딛고 서서 삶의 본질을 응시하는 인간 본연의 고귀한 자세를 다시금 발견하길 바란다.
이건용_Bodytscape_130.3cmⅹ162.2cm_캔버스에 아크릴 물감_2023
강정헌_금산 2023-4B_91 x 116.8cm_캔버스 위에 유화_2023
신현태_섬으로부터_60×120cm_혼합재료_2026
강구철_사색: 도원을 거닐다_53 x 45cm_혼합재료_2026
이돈희_Dream... Dreaming-3_116.8 x 91cm_mixed media_2025
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조상영(미술학박사, 미술작가 & 미술비평)
1. 안트로포스, ‘위를 바라보는 존재’의자발적 유배
‘안트로포스(Anthropos, 그리스어)’는 ‘위를 바라보는 존재’를 뜻한다. 이는 생존을 위해 땅만 내려다보는 존재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어 우주의 본질과 실존의 좌표를 응시하는 ‘성찰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활골미술프로젝트의 리더인 강정헌은 충남 금산 활골에서 태어났다. 활처럼 휜 활골은 금산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동네다. 강정헌은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산에서 키운 소나무를 가공해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기와를 올려 자신의 미술 작업실을 만들었다. 강정헌은 대학 시절 이건용 교수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전위그룹의 정신과 실험을 자신의 고향 활골에서 다시 부활시키고자 했다. 강정헌의 몇몇 친구들과 주변 후배들은 같이 동참했다. 이 여정은 바로 자본과 욕망을 벗어난 안트로포스로의 회귀를 위한 자발적 유배였다.
『산골로 간 미술가들』(2025, 부크크)은 허상을 쫓는 도시의 눈을 감고, 아궁이의 온기와 흙의 질감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사유를 시작했다. 이 여정은 이제 『나무 위의 철학자들』(2026, 부크크)로 부감(俯瞰)되었다. 비워냄으로 채워지는 무위(無爲)의 미학을 전위적인 미술 언어로 번역해낸 것이다.
2. 전위 정신과 인류세의 성찰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말 한국과 충남·대전 미술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실험미술과 저항정신에 뿌리를 둔다. 당시 대전은 1932년부터 이어진 충청남도의 수부(首府) 도시로서, 행정구역상 ‘충청남도 대전시’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금산(활골)을 비롯한 주변 지역과 유기적인 예술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1989년 직할시 승격으로 행정적 분리가 일어나기 전, 대전과 충남이 공유했던 이 거대한 문화적 에너지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전위 미술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행정적 경계가 나뉘기 전, 본래 하나였던 충남-대전의 역동적인 예술혼을 금산 활골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복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3. 거장 이건용과 활골: 신체가 마주한 장소의 논리
세계적 거장 이건용 작가는 활골에서 ‘장소’와 ‘신체’가 만나는 정직한 접점을 제자와 후배들과 함께 찾았다.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은 인간의 신체가 대지와 직접 부딪히며 사건을 만들어내는 가장 투명한 성찰의 기록이다. 오랜 시간 제자 강정헌과 함께 일궈온 전위적 유대감은 활골의 척박함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으며, 이는 로컬의 특수성이 어떻게 세계적인 미술적 보편성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존적 증거가 되고 있다.
4. 10인의 안트로포스: 나비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태풍
미술사의 거대한 줄기들은 언제나 화려한 중심지가 아닌, 지극히 구체적이고 사소한 ‘로컬’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뻗어나갔다. 활골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행위들은 마치 작은 나비의 날갯짓과 같다. 활골의 안트로포스 작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제 서울 CN갤러리를 거쳐 미술의 지형도를 흔드는 태풍의 발원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건용의 ‘신체’와 ‘장소’에 대한 사유를 계승하며, 인위적 형상을 배제하고 물질 본연의 생명력을 화면에 응축하여 전위예술의 본질적 힘을 드러낸 ‘강정헌’, 타자와 나를 섬과 활로 상징화하고 금산 인삼 밭 지주목의 노동과 고통을 승화시킨 ‘신현태’. 전통 산수의 경계를 허물고 삼각산수의 진수를 보여주며 버려진 쇼핑백을 나비의 날갯짓으로 빚어낸 ‘정황래’, 작고 귀여운 고양이, 개, 허수아비, 잠자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이돈희’, 토분과 지점토라는 원초적 재료로 둔황 벽화의 시간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강구철’.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 현상을 깊이 있게 연구해 인간의 가짜 사유를 책과 회화작업으로 병행하고, 97.5m의 활골 기와장에 용머리를 이식해 매봉산의 생명력을 사유하게 만드는 ‘조상영’. 15년간 화첩기행 방송으로 전국을 누비며 아리랑의 정서를 담은 풍경 세계를 한땀 한땀 점으로 수놓는 ‘한수희’, 디지털 영상 매체로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흔들며 동시대적 회두를 던지는 ‘김용현’. 생태계의 세계가 너무 신기해 등산을 즐겨 하며 작품의 소재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활골 아궁이 속 장작의 스멜을 통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원한 온기를 길어 올리는 ‘이시온’의 작업들은 온몸을 긴장시키며 활시위를 당기는 헤라클레스와 닮았다.
5. 어디에서든 빛나는 진실의 힘
미술의 진정성은 도시의 소음 속에 있지 않다. 산골 깊은 곳, 나무 위에 앉아 우주를 응시하는 안트로포스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세계의 시선은 멈추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는 로컬의 흙 냄새가 어떻게 세계적인 미적 담론으로 부활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미술적 선언이다. 활골 작가들이 던지는 이 전위적인 나비효과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진정한 ‘성찰하는 나’를 깨우는 새로운 생명력의 태풍을 일으키기를 소망한다.
정황래_산수경25-28_65x91cm_선지에 수묵담채_2025
조상영_고요에서 분노까지_2m40cm x 1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1
한수희_985 논산 아리랑_97 x 97c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6
김웅현_Vanitas_5min_4k video, sound, color_2025
이시온_FACES_160.6×130.3c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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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CN갤러리 특별 기획전
<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2026. 05. 16 ~ 05. 24 /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CN Gallery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56-7)
Artist
이건용, 강정헌, 신현태, 강구철, 이돈희, 정황래, 조상영, 한수희, 김웅현, 이시온
About the Exhibition
금산 활골, 대지의 몸짓으로 일구는 전위(前衛)
조진선(CN갤러리 큐레이터)
금산에서도 산골로 한참을 들어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곳, 활골마을 예림원에는 도시의 소음 대신 자연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굽이진 길을 따라 양옆으로 펼쳐진 숲과 바람, 계절의 빛을 통과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속도는 느려지고 우리는 문명의 외피를 벗어던진 채 오롯한 자연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지리적 오지를 넘어 자본과 욕망의 허상을 지우고 본연의 좌표를 응시하려는 예술가들의 자발적 유배지이자 ‘안트로포스(Anthropos)’로의 회귀를 꿈꾸는 성찰의 장(場)이다.
예술가들에게 활골은 단순한 지리적 은신처가 아니다. 이곳은 문명의 소음을 소거한 뒤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현상학적 환원의 장소다. 오랫동안 한국 현대미술이 탐구해온 ‘신체’와 ‘장소’의 논리는 이곳에서 관념적 유희를 넘어 실존적 사건으로 치환된다. 대지의 거친 숨결과 마주한 10인 작가의 신체는 대상화된 자연을 단순히 그려내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직접 부딪히며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전위적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예술적 사유의 정점에서 한국 1세대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작가와 그 정신을 이어받은 강정헌 작가를 중심으로 총 10인의 예술가가 뜻을 모았다. ‘활골미술프로젝트’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80대부터 30대까지 4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연대는 중부권 실험미술의 맥을 잇는 동시에 가장 깊은 오지에서 가장 현대적인 예술의 가치를 발산하며 지역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기획전은 조상영 작가의 저서 『산골로 간 미술가들』과 『나무 위의 철학자들』에서 풀어낸 신체성과 생태적 가치에 주목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세상을 채우는 시대 속에서 활골의 작가들은 다시 정직한 몸으로 돌아가 대지와 직접 부딪힌다. 대지와 마주하며 쌓아 올린 사유는 활골의 따뜻한 아궁이 온기와 흙의 촉감 속에서 생생한 예술로 살아난다. 거친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위를 바라보는 존재(Anthropos)’로서 고개를 든 작가들의 몸짓은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실존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치열하고도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이번 기획전은 활골의 실험이 단순한 지역적 현상을 넘어, 충남 예술이 지닌 고유한 자산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다. 금산 활골이라는 로컬(Local)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난 이 예술적 실천은 외부의 시선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명력을 일구어낸 충남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미학적 가치로 확장되는 10인 작가의 작품들은 독보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지역 예술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는 충남의 자생적 예술이 지닌 힘이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금산 활골에서 시작된 이 작은 예술적 태동은 이제 이곳 CN갤러리에서 커다란 울림이 되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대지의 철학자가 된 작가들이 일구어낸 이 실험의 장에서 땅을 굳건히 딛고 서서 삶의 본질을 응시하는 인간 본연의 고귀한 자세를 다시금 발견하길 바란다.
이건용_Bodytscape_130.3cmⅹ162.2cm_캔버스에 아크릴 물감_2023
강정헌_금산 2023-4B_91 x 116.8cm_캔버스 위에 유화_2023
신현태_섬으로부터_60×120cm_혼합재료_2026
강구철_사색: 도원을 거닐다_53 x 45cm_혼합재료_2026
이돈희_Dream... Dreaming-3_116.8 x 91cm_mixed media_2025
거장 이건용과 활골의 9인: 안트로포스로의 회귀전)
조상영(미술학박사, 미술작가 & 미술비평)
1. 안트로포스, ‘위를 바라보는 존재’의자발적 유배
‘안트로포스(Anthropos, 그리스어)’는 ‘위를 바라보는 존재’를 뜻한다. 이는 생존을 위해 땅만 내려다보는 존재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어 우주의 본질과 실존의 좌표를 응시하는 ‘성찰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활골미술프로젝트의 리더인 강정헌은 충남 금산 활골에서 태어났다. 활처럼 휜 활골은 금산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동네다. 강정헌은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산에서 키운 소나무를 가공해 대들보와 서까래를 세우고 기와를 올려 자신의 미술 작업실을 만들었다. 강정헌은 대학 시절 이건용 교수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전위그룹의 정신과 실험을 자신의 고향 활골에서 다시 부활시키고자 했다. 강정헌의 몇몇 친구들과 주변 후배들은 같이 동참했다. 이 여정은 바로 자본과 욕망을 벗어난 안트로포스로의 회귀를 위한 자발적 유배였다.
『산골로 간 미술가들』(2025, 부크크)은 허상을 쫓는 도시의 눈을 감고, 아궁이의 온기와 흙의 질감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사유를 시작했다. 이 여정은 이제 『나무 위의 철학자들』(2026, 부크크)로 부감(俯瞰)되었다. 비워냄으로 채워지는 무위(無爲)의 미학을 전위적인 미술 언어로 번역해낸 것이다.
2. 전위 정신과 인류세의 성찰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말 한국과 충남·대전 미술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실험미술과 저항정신에 뿌리를 둔다. 당시 대전은 1932년부터 이어진 충청남도의 수부(首府) 도시로서, 행정구역상 ‘충청남도 대전시’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금산(활골)을 비롯한 주변 지역과 유기적인 예술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1989년 직할시 승격으로 행정적 분리가 일어나기 전, 대전과 충남이 공유했던 이 거대한 문화적 에너지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전위 미술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행정적 경계가 나뉘기 전, 본래 하나였던 충남-대전의 역동적인 예술혼을 금산 활골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복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3. 거장 이건용과 활골: 신체가 마주한 장소의 논리
세계적 거장 이건용 작가는 활골에서 ‘장소’와 ‘신체’가 만나는 정직한 접점을 제자와 후배들과 함께 찾았다.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은 인간의 신체가 대지와 직접 부딪히며 사건을 만들어내는 가장 투명한 성찰의 기록이다. 오랜 시간 제자 강정헌과 함께 일궈온 전위적 유대감은 활골의 척박함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으며, 이는 로컬의 특수성이 어떻게 세계적인 미술적 보편성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존적 증거가 되고 있다.
4. 10인의 안트로포스: 나비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태풍
미술사의 거대한 줄기들은 언제나 화려한 중심지가 아닌, 지극히 구체적이고 사소한 ‘로컬’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뻗어나갔다. 활골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행위들은 마치 작은 나비의 날갯짓과 같다. 활골의 안트로포스 작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제 서울 CN갤러리를 거쳐 미술의 지형도를 흔드는 태풍의 발원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건용의 ‘신체’와 ‘장소’에 대한 사유를 계승하며, 인위적 형상을 배제하고 물질 본연의 생명력을 화면에 응축하여 전위예술의 본질적 힘을 드러낸 ‘강정헌’, 타자와 나를 섬과 활로 상징화하고 금산 인삼 밭 지주목의 노동과 고통을 승화시킨 ‘신현태’. 전통 산수의 경계를 허물고 삼각산수의 진수를 보여주며 버려진 쇼핑백을 나비의 날갯짓으로 빚어낸 ‘정황래’, 작고 귀여운 고양이, 개, 허수아비, 잠자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이돈희’, 토분과 지점토라는 원초적 재료로 둔황 벽화의 시간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강구철’.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 현상을 깊이 있게 연구해 인간의 가짜 사유를 책과 회화작업으로 병행하고, 97.5m의 활골 기와장에 용머리를 이식해 매봉산의 생명력을 사유하게 만드는 ‘조상영’. 15년간 화첩기행 방송으로 전국을 누비며 아리랑의 정서를 담은 풍경 세계를 한땀 한땀 점으로 수놓는 ‘한수희’, 디지털 영상 매체로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흔들며 동시대적 회두를 던지는 ‘김용현’. 생태계의 세계가 너무 신기해 등산을 즐겨 하며 작품의 소재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활골 아궁이 속 장작의 스멜을 통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원한 온기를 길어 올리는 ‘이시온’의 작업들은 온몸을 긴장시키며 활시위를 당기는 헤라클레스와 닮았다.
5. 어디에서든 빛나는 진실의 힘
미술의 진정성은 도시의 소음 속에 있지 않다. 산골 깊은 곳, 나무 위에 앉아 우주를 응시하는 안트로포스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세계의 시선은 멈추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는 로컬의 흙 냄새가 어떻게 세계적인 미적 담론으로 부활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뜨거운 미술적 선언이다. 활골 작가들이 던지는 이 전위적인 나비효과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진정한 ‘성찰하는 나’를 깨우는 새로운 생명력의 태풍을 일으키기를 소망한다.
정황래_산수경25-28_65x91cm_선지에 수묵담채_2025
조상영_고요에서 분노까지_2m40cm x 1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1
한수희_985 논산 아리랑_97 x 97c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6
김웅현_Vanitas_5min_4k video, sound, color_2025
이시온_FACES_160.6×130.3cm_캔버스 위에 아크릴_2025